이번 여행의 목적은 힐링입니다. 그래서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씨엠립 두 달 살이 그리고 방콕 한 달 반살이가 끝이라 다소 재미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번 저의 쉼 여행에 동참하실 분들은 조금 더 너그러이 여행기를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새벽에 잠을 자고 10시쯤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제주항공에서 항공편이 결항되어 취소되었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다음 항공편은 언제일지 또 기약이 없었다. 서둘러 일어나서 씻고 환불 신청을 하고 4월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편도에 60만원에 육박하는 대한항공뿐이었다. 이 가격이면 발리 왕복도 충분한 가격이라 이렇게 주고는 타고 싶지 않았다.
마일리지로 아시아나로 할까 했는데, 문제는 태국이 코로나가 점점 심각해져서 이제는 항공편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였다. 12시 반에 하이난 누들집 가서 포장해서 와서 맛있게 누들을 먹고 올라와서 청소해 주길 바랐지만 언니는 청소는커녕 오늘부터는 생수도 무료 아니라고 그래서 수건만 갈아주고 말았다. 호텔 사장님도 적자라서 그러니까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청소는 해줬으면 했는데 안 해줘서 좀 그랬다. 항공권이 급해서 그냥 항공권 이것저것 알아보고 치앙마이 숙소를 알아보다가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를 발견해서 이럴 바엔 그냥 치앙마이로 가서 한 달 더 있다가 올까 싶었다.
한데 태사랑 카페에 올라가 보니 내일모레 태국 총리가 지역 간에 이동도 통제한다는 발표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이틀 후에 확정이라고 해서 항공권이건 숙박이건 할 수가 없었다. 제주항공이 취소될 줄 알았더라면 사실 아고다로 이 숙소를 일주일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로 한 달을 했어야 했는데 ㅠㅠ 게다가 현금으로 결제한다고 아고다로 했는데, 아고다는 환불 보장제도 다른 사이트라 안 해준다고 메일 오고 ㅠ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음을 다잡고 스트레스받고 있는데 동생이 연락 와서 저녁에 집에 가서 해야 할 게 있다고 해서 머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누워서 쉬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6시라 저녁 먹으러 나갔다. 현지 로컬 식당 가서 바질 돼지고기 볶음 포장해서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먹고 올라와서 씻고 동생의 카톡을 기다렸다. 동생이 잘 못해서 결국 내가 노트북으로 해결하고 보니 한국시간 새벽 1시 ㅠㅠ 동생도 내일 회사 가야 할 텐데 고생이 많았다. 나도 오늘 하루 정신이 없었다. 내일모레 총리의 발표만 기다렸다가 이 숙소를 한 달 더 연장할지 치앙마이로 갈지 결정해야겠다. 원래도 숙소에서 아무것도 안 했지만 내일부터는 더 푹 쉬어야겠다. 머리가 아파와서 예능 보다가 잘 잤다.
여행 사담] 사실 지금 이 글을 봐서 그렇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코로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스크도 안 쓰고 일상생활을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 한데 이 글을 읽으면 정말 저때는 너무 힘들었겠다 싶다. 솔직히 동남에서 4개월 넘게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작은 호텔방에서 혼자 지내는 게 참..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면 정말 답답했겠다 싶다. 한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고생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고 했는데, 저때는 육체적 고생이 아니라 정신적 고생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나는 잘 지냈던 건지.. 저 글에서의 나는 너무 힘들어 보이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 행복해서 그런지 저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먹었다. 정말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 싶다. 그래서 여행은 고생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것 같다. 또 여행이 슬슬 가고 싶어지고 있다…